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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만한 물가로' 펜션을 가게 된 것은 지극히 우연이었습니다.
걱정많은 아내가 아이가 있다는 이유로 깨끗한 계곡 옆 펜션을 요청했고,
네이버에서 위성멥을 켜놓고 홍천강의 지류들을 꼼꼼히 살피다 우연히 발견한 곳이었습니다.
때문에, 큰 기대가 없었던 곳이기도 했습니다.
이곳을 다녀간 분들이 인터넷 여기저기에 남긴 흔적도 많지 않았고요.
그저, 비포장 도로를 1km 가까이 들어가야 한다는, 핸드폰도 잘 터지지 않는다는 낯섬이 있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펜션을 다녀온 오늘, 아내와 전 주인 내외분의 섬세함에 적지 않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딸아이를 데려간다고 말씀드렸을 뿐인데,
복층에는 뽀로로 매트가 2개나 깔려있었고, 깨끗히 세탁된 아이 전용 배게도 챙겨주셨더군요.
화장실에는 아이 목욕용 대야와 의자까지 준비해 주셔서 정말 놀랐습니다.
사실 어린 아이 데려오는 것을 꺼리는 펜션지기들도 많이 보았기에, 부모된 사람으로서 감사할 뿐이었죠.
이불은 햇볕에 말려두셔서 뽀송뽀송했고, 손님이 바뀔때마다 바꾸시기 위해 손쉽게 교환이 가능한 겉커버를 씌어놓으셨더군요.
주방 그릇은 코렐과 느낌있는 도자기 세트로 정리해 놓으셨고,
저녁에 바베큐를 먹을 땐 맛난 피클을 위시해 몇가지 깔끔하고 정갈한 반찬을 가져다 주셔서 좋은 선물이 되었습니다.
바베큐 그릴 밑은 기름이 바닥에 떨어져 오염되지 않게 은박지로 기름받이를 해놓는 깔끔함도 눈에 띄었습니다.
다음날 아침엔 뽕잎 개떡과 뽕잎차를 주셔서 아침을 가볍게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펜션을 많이 다니다 보면 깔끔한 펜션지기는 손님에게 까탈한 경우가 많고,
털털한 펜션지기들은 펜션관리가 엉망이어서 아쉬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주인 내외분은 꼼꼼, 깔끔하시면서도, 배려있고, 인정이 넘쳐 참 많이 좋았습니다.
이외에도 침엽수림 사이로 놓여진 의자들과 탁자들은 깨끗히 닦여져 있어 신경쓰지 않고 앉을 수 있었고,
실용도로 놓으신 건 아니었지만 계곡물가 옆에 놓여있는 작은 나무 의자는 참 운치있는 경치를 조합해 냈습니다.
숲길을 걸어보니 침엽수잎들이 푹신할 정도로 퇴적되어 있는 걸 보고,
이렇게 가뭄이 지속되는 날씨에도 계곡의 수량이 다른 곳보다 많은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펜션 뒤로는 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숲길이 있어, 쉬엄쉬엄 산책하기 좋더군요.
아이와 아내, 처부모님은 잠시 펜션에 남겨두고 혼자 오롯이 완만한 산길을 음악과 함께 오르니 정말 '힐링'이 되더군요.
산 중턱에서 잠시 만나는 작은 댐 근처의 계곡 상류에선 가재가 없나 살펴보는 여유도 부려보고,
산오디 나무 기둥을 흔들어 한움큼 오디를 따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어찌 보면 조금은 심심한 펜션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심심함이 깊고깊은 의미로 힐링을 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계곡물은 풍부해서 여름에는 아이들에게 좋은 물놀이 장소가 될 수 있을 것 같고,
어른들에게는 숲에 준비된 의자에 앉아 도란도란 삶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장소가 될 것 같네요.
게곡이 깊어 어항을 놓아 고기를 잡는 재미도 좋을 듯 하고, 지인들과 함께 간다면 숲속의 오롯하고 오붓한 모임이 될 것입니다.
주인 내외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다음에 저희 세 식구만 또 한번 '힐링'하러 찾아가겠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으셔서, 늘 처음처럼 방문객들 반겨주셨으면 하는 '제발'의 심정을 전해드립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요.
추신 - 주인 어르신은 소설가 '전상국' 선생님을 많이 닮으셔서 깜짝 놀랐더랬죠. 두 분 모두 인상이 참 좋으세요. 위에 사진은 펜션 뒤에 산책로를 찍은 사진입니다. 펜션 사진은 이미 많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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